
개인 OKR은 결국 평가표가 된다. 스포티파이는 2013년에 비용 때문에 개인 OKR을 버렸고, OKR을 유행시킨 릭 클라우도 2017년에는 건너뛰라고 말을 바꿨다. 우리는 OKR이 평가표가 되고 나서야 같은 결론에 닿았다.
#OKR의 탄생과 유행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은 인텔의 앤디 그로브가 1970년대에 고안하고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에서 체계화한 목표 관리 방법론이다. 핵심은 단순하다. “어디로 가고 싶은가(Objective)“와 “거기 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는가(Key Results)”. 측정 가능한 결과로 목표를 구체화해, 조직이 같은 방향을 보게 만든다.
유행은 1999년 존 도어가 초창기 구글에 OKR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링크드인, 트위터, 우버, 스포티파이가 뒤를 이으면서 OKR은 실리콘밸리의 표준 관리 방법론으로 자리 잡았다. 기름을 부은 건 2012년 워크숍이었다.
구글 벤처스의 릭 클라우가 스타트업에 OKR을 소개한 발표는 100만 뷰를 넘기며 수많은 회사의 교과서가 됐다. 클라우는 거기서 OKR을 회사, 팀, 개인 세 레벨 모두에서 운영하라고 설명했고, 많은 회사가 그대로 따랐다.
#개인 OKR을 버린 회사들
#스포티파이의 경험
스포티파이는 2013년에 개인 OKR을 버렸고, 2016년 HR 블로그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OKR은 회사 레벨에서는 잘 작동한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 목표가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서 개인 레벨까지 OKR을 반복적으로 내리는 과정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다.
이유는 셋이었다. 첫째는 인용한 그대로, 개인 레벨까지 계단식으로 내리는 비용이다. 둘째, OKR은 어떻게 할지에 집중하게 만드는데, 스포티파이가 붙들어야 할 건 왜 하는지였다. 셋째, 방향이 자주 바뀌는 환경에서는 OKR을 만들 때 쓴 인풋이 이미 구식이었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Shit in, shit out).
#클라우의 자기 정정
스포티파이 글 1년 뒤인 2017년, 그 영상을 만든 클라우도 트위터에서 조용히 입장을 바꿨다. “Skip individual OKRs altogether.” 개인 OKR은 아예 건너뛰라는 것이다. 작고 젊은 회사일수록 중복일 뿐이니 회사와 팀 레벨 OKR에 집중하라고 했다.
스포티파이가 현장에서 먼저 알아챘고, 클라우 자신도 같은 결론에 닿은 셈이다. 클라우가 꼽은 문제는 OKR이 성과 평가와 묶일 때 생긴다. OKR은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라고 만든 도구인데, 평가에 쓰이는 순간 구성원들은 달성할 수 있는 목표만 세운다. 인사 평가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문샷을 평범한 목표로 바꿔 놓는다.
클라우는 2022년 블로그에서 한 번 더 못 박았다. 처음 OKR을 도입하거나 아직 익숙하지 않은 팀이라면 개인 OKR은 무시하고, 팀 레벨에서 OKR이 조직을 정렬하는 걸 먼저 경험한 뒤에도 선택 사항으로만 두라는 것이다.
#우리도 같은 함정에 빠졌다
빅테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스타트업에서 겪은 내 경험도 다르지 않았다.
리더십을 맡으면서 개인 OKR 도입을 직접 겪은 적이 있다. 당시 우리가 먼저 풀었어야 할 문제는 회사, 프로젝트, 팀의 방향이었다. 그게 정리되지 않은 채로 개인 목표부터 세우기 시작했다.
방향이 흐릿하니 OKR은 평가 도구로 전락했다. 조직의 성장을 이끄는 도구가 아니라, 이 사람이 이번 분기에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를 재는 도구가 된 것이다. 클라우가 경고한 바로 그 함정이었다.
스타트업에서 분기는 생존의 단위다. 개인마다 OKR을 설계하고, 정렬하고, 채점하는 데 시간을 쓰는 동안 시장은 움직이고 경쟁자는 새 기능을 배포한다. 스포티파이가 말한 “shit in, shit out”은 우리에게도 그대로였다. 방향이 흐릿한 상태에서 세운 개인 OKR은 분기 중반이면 이미 현실과 어긋나 있었고, 그걸 붙잡고 있는 게 오히려 짐이 됐다.
스타트업의 문제는 혼자 풀 수 없다. 좋은 기능 하나가 나오려면 기획과 디자인과 개발이 맞물려야 한다.
개인 OKR은 이 협력 구조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개인 성과로 돌린다. 팀이 함께 폭발적 성장을 만들어야 할 순간에 각자의 숫자를 챙기게 된다.
그제야 우리 팀은 이 문제를 알아챘다. 한정된 리소스를 개인 평가 프로세스에 쓰는 것보다 회사의 성장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봤다.
개인 OKR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지만 최소화하는 쪽으로 정리했다. 아낀 리소스는 제품과 팀에 쏟았다. 팀 OKR로 방향을 맞추되, 실행은 각자가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세워 움직이도록 했다. 빅테크가 수년간 운영해 보고 버린 그 문제를 우리는 훨씬 짧은 시간 안에 겪었다. 방향을 바꾼 뒤 회사는 국내 해당 분야 1위가 됐다. 그걸 OKR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기마다 개인 평가표를 채우던 시간이 제품으로 간 것만은 분명하다.
#개인은 이니셔티브의 오너가 된다
다만 개인 OKR을 버린다는 건 개인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우리가 열광했던 OKR의 원래 쓰임에 집중하면 된다.
개인이 OKR을 “갖는” 게 아니라 팀 OKR의 이니셔티브에 오너로 책임을 지는 것, 그래야 OKR이 정렬 도구로 남는다. 개인의 기여는 팀의 KR 달성으로 드러나고, 개인 성장과 평가는 OKR이 아닌 원온원과 성과 리뷰로 따로 관리한다.
OKR은 조직의 시선을 하나로 모으는 도구이지, 개인의 성과를 정밀하게 재는 도구가 아니다. 이니셔티브 오너십도 평가와 떼어 두지 않으면 같은 함정으로 돌아간다. 단순하게, 그리고 빠르게 초점을 맞추고 확인하는 것, 그게 OKR의 본래 가치다. 용도를 혼동해 허비하는 동안 시장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참고 자료
- How Google sets goals: OKRs, 릭 클라우, GV Library, 2013. 2012년 가을 워크숍에서 구글의 OKR 운영 방식을 스타트업에 소개한 발표 기록으로, 영상과 글은 2013년 5월에 공개됐다.
- Why individual OKRs don’t work for us, 스포티파이 HR 블로그, 2016. 스포티파이가 개인 OKR을 버린 이유를 설명한다.
- Skip individual OKRs altogether, 릭 클라우, 트위터, 2017. 작고 젊은 회사는 개인 OKR을 건너뛰고 회사와 팀 OKR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 Set goals with OKRs, Google re:Work. 구글이 OKR 운영 방식을 정리한 가이드.
- What my OKRs video got wrong, 릭 클라우, 2022. 도입 초기 팀은 개인 OKR을 무시하고, 그 뒤에도 선택 사항으로만 두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