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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A의 AI 올인, 발표와 현장은 달랐다

· Sangkyoon Nam

DeNA × AI Day 2026 키노트에서 난바 토모코 회장이 발표하는 장면. 화면에 "5%가 사람이고 95%가 AI"라는 자막이 떠 있다

2008년 손정의는 스티브 잡스를 설득해 iPhone을 일본에 독점으로 들여왔다. 일본 IT 산업의 스마트폰 전환은 거기서 시작됐다. 2026년 3월 6일 DeNA × AI Day 2026에서 난바 토모코 회장이 AI 올인 1년의 성과를 공개했을 때 그 장면이 겹쳐 보였다. 숫자의 규모와 조직을 뜯어고친 깊이를 보면 도구 하나를 들여온 이야기가 아니었다.

발표가 그렇다면 안은 어떨까. DeNA에서 일하는 개발자 A군에게 직접 물었다. 발표의 숫자와 현장의 온도는 달랐다.

#인원을 절반으로

인원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말이 현장에 나온 것은 2024년 6월 전사 발표회였다. 맥락 없이 던져진 한마디에 사내 채팅에는 자르겠다는 뜻이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설명은 그 뒤에 따라왔다. 지금 하는 일을 절반의 인원으로 해내고 나머지는 새 AI 사업을 찾아가자는 것이었고, 기간은 약 2년이었다. 한 사람이 AI를 써서 두 사람 몫 이상을 해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어 2025년 2월, 회사는 AI 올인을 선언했다. 약 3,000명이 돌리던 기존 사업을 절반의 인원으로 유지하고, 나머지 절반을 10인 단위 스쿼드로 편성해 신규 사업을 쏟아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신규 사업 쪽의 전략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직접 만드는 대신 그 위의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에서 도메인 깊이로 승부하는 것이고, 그 실행을 위해 에이전트 사업 전문 자회사 DeNA AI Link를 세웠다. 난바 회장은 어중간한 전문성은 한 방에 도태된다고 경고했다. 범용 능력은 OpenAI와 Google이 끌어올리고 있으니, 살아남는 조합은 자사 고유 데이터와 도메인 지식뿐이라는 것이다.

#발표의 숫자

1년 뒤 발표에서 DeNA는 일부 프로젝트에서 작업의 95%를 AI가 맡고 사람은 5%만 담당하게 됐다며 이를 생산성 20배 사례로 소개했다. 2025년 11월 Claude Opus 4.5가 나온 뒤로는 코드를 직접 쓰는 일이 급감했다고 한다. 법무 검토 공수는 90%, QA 공수는 50%, Pococha 라이브 방송 심사 비용은 60% 줄었다고 했다.

A군은 자기 팀에서 AI가 맡는 비중을 40%에서 50% 사이로 봤다. 발표의 95%는 특정 프로젝트의 사례고 주변 팀도 자기 팀과 비슷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두 숫자가 같은 자로 잰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핵심은 기존 업무에 AI를 얹은 것이 아니라 AI를 전제로 업무 흐름을 다시 설계했다는 점이다. DeNA는 현장에서 올라온 활용 사례 100건 이상을 100본노크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다. 야구에서 수비수에게 공 100개를 연달아 쳐 주는 훈련에서 온 말로, 실전을 반복해 몸에 익힌다는 뜻이다.

발표는 AI 활용을 세 단계로 정리했다. 첫째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으로, AI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는 단계다. 코드 리뷰나 계약서 요약 같은 일회성 요청이 여기 속한다. 발표는 1년 전까지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고 대부분의 회사가 아직 여기에 있다고 했다.

둘째는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으로, 프로젝트 문서와 코드베이스와 사내 규정을 함께 넘겨 답의 정확도를 올리는 단계다. 셋째는 환경 엔지니어링이다. 에이전트가 스스로 정보를 가져가는 시대가 되면서 어디까지 열람을 허용하고 어떤 행동을 허가할지, 그 범위와 권한을 사람이 정하는 일이 핵심이 됐다. DeNA는 여기까지 들어갔다고 했다.

IT 부서는 에이전트 레몬군을 사원으로 등록했다. 위키와 캘린더 열람은 허용하되 중요한 작업은 사람의 승인을 받게 권한을 설계했고, 난바 회장도 매일 Slack에서 이 에이전트와 대화하며 일한다고 했다. AI를 도구가 아니라 조직의 일원으로 온보딩하는 접근이다.

#팀마다 다른 속도

A군이 보기에 같은 현장 안에서도 활용률은 팀 성격에 따라 갈린다. 보안 이슈 처리나 인프라 이관처럼 정형화된 공통 작업을 다루는 팀은 활용률이 높고, 새 기능을 설계하는 팀은 낮다. 그런 팀은 AI에게 넘길 수 있는 좋은 컨텍스트를 먼저 만드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 발표가 말한 둘째 단계,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을 현장이 몸으로 겪고 있는 셈이다.

속도도 팀마다 갈린다. A군이 본 팀 중에는 3개월 계획을 2주 만에 끝낸 팀도 있고 3개월로도 빠듯한 팀도 있다. 일정했던 개발 주기가 팀마다 다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수준을 재는 자

발표의 3단계가 기술의 단계를 말한다면, 사람은 따로 잰다. DeNA는 2025년 8월부터 DARS(DeNA AI Readiness Score)라는 지표로 사원의 AI 활용 수준을 5단계로 잰다. 비개발자와 개발자를 나누어, 비개발자에게는 AI의 출력을 다듬어 쓸 수 있는가를, 개발자에게는 에이전트를 설계하고 운용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같은 레벨이라도 요구하는 역량이 다르다.

개발자 기준은 이렇다.

  • 1단계: AI와 대화해서 코드를 만들고 정보를 모을 수 있다.
  • 2단계: AI를 에디터에 통합하고 프롬프트를 고칠 수 있다.
  • 3단계: 에이전트로 작업 일부를 대체하고 프롬프트 체인을 설계할 수 있다.
  • 4단계: 독립형 에이전트를 팀 멤버로 운용하고 AI 앱과 에이전트를 설계할 수 있다.
  • 5단계: AI 플랫폼과 오케스트레이션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조직 전체의 AI 개발을 이끈다.

DARS 개인 레벨 5단계

개인 레벨과 별도로 조직 레벨도 잰다. 조직 레벨에도 정량 기준이 있어서 조직 단위로 추적이 되고, 공식 발표가 적은 목표는 협업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일부 조직을 빼고 2025 회계연도 안에 모든 조직이 조직 레벨 2에 닿는 것이다.

A군이 아는 범위에서는 대부분의 사원이 2단계에 머물러 있고 4단계와 5단계에 닿은 사람은 아직 없다. 회사가 원하는 것은 4단계다. IT 부서의 레몬군처럼 에이전트를 팀 멤버로 운용하는 모습이 4단계가 말하는 모습에 가까운데, 그것을 개인이 해내는 수준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 DARS는 인사 평가에 직접 연동되지는 않았고, 등급 정의의 권장 요소이자 반기 목표 설정에는 들어간다. A군이 느끼기에 언젠가 평가에 들어간다는 메시지는 강하게 전달되고 있다.

#비용은 조이고 도구는 풀고

비용의 흐름이 1년의 단계를 보여 준다. 선언 직후에는 본사가 AI 사용 비용을 전액 부담했다. 마음껏 써 보라는 기조 아래 전사가 Vertex AI API를 썼고, 토큰 단위 과금이라 한 사람이 월 100만 원을 넘기는 경우도 나왔다.

2026년 4월부터 비용이 본사에서 각 서비스 조직으로 이관됐다. 개인이 쓸 수 있는 금액은 줄었고, 대신 회사는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도구를 정해 제공했다. 태스크를 맡기면 스스로 계획하고 코딩하고 PR까지 올리는 자율형 코딩 에이전트 Devin과 코드 리뷰 도구 CodeRabbit이다. Devin은 DeNA가 2026년 3월 사원 2,000명 이상에게 전사 도입했다고 발표한 도구다. 가능성을 넓게 검증하던 시기를 지나 비용은 조이고 도구는 풀어 주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Devin이 들어온 뒤 GitHub PR에는 댓글이 200개씩 쌓인다. Devin과 나눈 대화가 전부 기록으로 남는데, 로컬에서 작업하던 때는 보이지 않던 과정이다. 작업이 투명해졌다는 뜻이고, 누가 얼마나 무엇을 했는지 모두에게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A군의 팀에서는 개발의 순서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목업을 만들고 검토를 거친 뒤 개발에 들어갔다. 지금은 일단 AI로 만들고 거기서 고치는 것이 기본이다. 만들어 놓고 수정하는 쪽이 목업을 다듬는 쪽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사람이 남았다고 보고한 사람은 없었다

숫자만 보면 성공이다. 그런데 계획대로 풀리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효율화는 됐는데 사람은 생각만큼 움직이지 않았다.

업무 시간이 줄자 사원들은 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일을 그 빈자리에 채웠다. 시간이 남으면 사람은 미뤄 뒀던 일부터 꺼낸다. 그래서 사람이 남았다고 보고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인재를 신규 사업으로 옮기려던 원래 목표는 예상보다 느렸다.

난바 회장의 해법은 직설적이었다. 어느 정도 난폭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장이 움직이기를 기다리지 않고 탑다운으로 인원을 먼저 옮기고 빈 자리를 AI로 채우는 쪽으로 순서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매니저 평가에도 인재를 신규 사업으로 얼마나 보냈는지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인원 절반이라는 메시지는 채용에도 닿았다. A군의 팀은 2년째 신입을 뽑지 않는다. 그 말이 나온 이상 공격적으로 뽑을 수 없고, 필요하면 바로 전력이 되는 경력직 위주로 뽑는다. A군은 이 정도 규모의 회사가 신입을 안 뽑으면 일본의 개발자들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했다. AI가 생산성을 올리는 만큼 주니어가 자랄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현장이라고 해도 이 글이 본 것은 개발자 한 사람의 팀이다. 다만 발표와 현장의 온도 차를 다 인정해도 만드는 순서가 뒤집힌 것은 사실이고, A군 주변에 1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은 없다. 어느 쪽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1년을 위에서 본 것과 안에서 본 것의 차이다. 어느 쪽에서 봐도 돌아갈 수 없는 지점은 지났다.

2008년 iPhone이 들어온 뒤에도 일본의 모바일 전환에는 몇 년이 걸렸다. 도구는 하루 만에 바뀌지만 조직이 거기에 맞춰 재편되는 데는 시간이 든다. 발표는 95%를 특정 프로젝트의 사례로 들었고, A군의 50%는 그 바깥의 팀이 어디쯤인지를 보여 준다. 남은 질문은 효율화로 생긴 여백을 채우는 속도와 그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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